10.07_꽉찬 파리 2탄

월요일은 오르세가 쉬는 날이고 화요일은 루브르 휴관일이다. 여행 일정을 짜는데 있어서 주의할 것 또한 가야할 곳의 휴관일이다. 알아보지 않고 무턱대고 짰다간 허탕칠 수 있다. 가이드 북을 살펴보고 이 날은 오르세를 가기로 결정했다. 8시 45분에 기상하여 지하철을 타고 이동. 9시경 줄을 섰다. 부슬부슬 오는 비를 맞고서 뮤지엄패스를 보여주고 가방검사를 했다. 기차역을 개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관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었다.



       

뭐랄까, 모던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이다. 2층은 조각 위주이고 나머지 층은 회화가 많다. 여기도 눈에 익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많다. 그래서 더 재미있었음. 오르세미술관에 대해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여기선 공간 여건상 전시할 수 없는 작품들도 많다고 한다. 회화 위주로 감상한다고 돌아다닌 것도 꽤 힘들었는데 더 많은 작품들이 있다니 ㄷㄷㄷㄷ 대단하다. 미술관의 명성이 괜한게 아니다.




       

             left : Pierre-Auguste Renoir, Portrait de model on Margot, 1878



       

르누아르의 그림은 내셔널에서 처음 본 후 한눈에 반했다. 여기도 몇 점 있었음. 유화를 수채화 느낌(번지는 듯한)으로 표현하는 감성이 좋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고 한눈에 가버린 그림은 바로 '우산'.


더 이상 어떠한 말을 붙일 필요도 없이 훌륭하다. 바로 위에 띄운 저 이미지에선 어떤 질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왼쪽의 여인과 오른쪽의 여인+아이 둘의 표현 방법이 확연히 달랐다. 내가 좋아하는 질감은 오른쪽. 그림 옆의 설명을 읽어본 결과 그린 시기가 달라서 그렇단다. 저 그림에 반해서 gift shop에 가서 모조품이라도 구입하려고 했지만 영 성에 차지 않았다.(색감이 잘 살아나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까.) 실제 그림을 본다는 것은 이래서 중요한건가 싶었다. 모네의 연꽃 그림들도 실제로 봐야 그 꽃잎들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여하튼, 다시 오르세로 돌아가서

       

위 둘은 드가의 그림이고 아래는 드가의 조각이다. 그의 그림에는 유난히 발레하는 소녀들이 많이 등장한다. 내내 드가의 그림을 보면서 왜 그럴까 라는 궁금점을 가졌었다.


이건 모네의 성당연작. 정말 어마어마하고 멋졌다. 모네미술관에 없고 오르세에 있음.



로댕의 '지옥의 문'. 오리지널 석고형. 청동주조물은 파리 로댕미술관에 있단다. 우리나라 로댕갤러리에도 있다고 함. 생각하는 사람도 꼭대기에 달려있다.


무심결에 본 코카콜라 곰. 귀엽다. ㄲㄲㄲㄲㄲ




오르세을 다 구경하고 나서 한달 동안 기차 여행에 필요한 표를 예약하겠다고 SNCF(프랑스 국유 철도)를 찾았다. 다행히 메트로 오르세뮤지 역에 있었음. 기차 예약하는 곳 치고는 좀 큰 편이라 편리했다. 파리에서 기차 예약할 일 있으면 여기서 하는것도 좋을 듯.

이 날도 점심을 싸게 해결하겠다고 여기저기 휘젓고 다녔었다. 오르세 주변을 둘러보다가 중국음식점 발견. 밖에서 관찰한 결과 뷔페식이라는 것을 알았고 무게를 달아서 계산하는 시스템이라걸 알았다. 우린 즉시 들어가서 군침을 삼키며 쭉 이어진 줄에 합류했다. 캬캬. 일찍 나온다고 아침도 못 먹었고 몇 시간 동안 내내 걸어다녀서 몹시 배가 고팠다. 여튼 볶음밥과 '매워보이는'(매콤한 음식이 매우 땡겼다.)고기를 선택하고 무게를 쟀는데.... € 5.15  레스토랑에서 먹어도 나오는 가격. 에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치 없이 중국산 볶음밥을 먹는건 정말 못할 짓이다. 그야말로 니글니글.


뮤지엄패스를 산 이상 하루에 두 군데 이상의 박물관 혹은 미술관을 가야 한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Musee Marmottan-Claude Monet 마르모땅-클로드모네 미술관. 마르모땅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주택에 모네의 작품들을 수집했고 죽은 다음엔 국가에 기증해서 저런 이름이 탄생했단다. 따라서 파리 중심부에 위치하지 않고 한적한 주택가 즈음에 있다.


미술관을 가려고 메트로를 기다리다가.



가이드북과 지도에서 눈을 떼지 않고 어찌저찌해서 찾아갔다. 역에서 내려서 조금 더 들어가야 한다. 그 사실을 당연히 몰랐기에 길가에 지나가는 여러 파리 사람들을 붙들고 물어봤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부터 할아버지와 동행하던 어떤 남자까지.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을 가진 어느 작은 동양 여자에게 파리지앵들은 친절했다. 런던과 파리에서 이주 동안 여행을 하면서 딱히 불친절한 사람들은 마주치지 못했다. 몇 주 뒤 프라하에서 안 좋은 경험 한 뒤로는 이들이 더욱 고맙게 느껴졌달까.(그 날의 체코 사람들은 정말 서럽게 불친절했다. 나중에 이야기 하겠음.) 나에게 길을 알려준 멋쟁이 할머니는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동원하면서까지 나에게 길을 알려줬다. 그 동네 주민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할머니의 인자한 표정과 그 때 그 상황이 지금도 생생하다. 바로 오늘 일어난 일처럼. 조용한 주택가를 걸어가면서 확실히 이런 곳이 나에게 더 맞는다는 걸 느꼈다. 모네 미술관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았다. 가는 길도 한적했고 미술관에도 관광객들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뮤지엄패스가 통용되지 않는 바람에 학생요금 € 4.50 을 내고 입장했다.
 

모네 미술관 안의 정원. 들어가진 못한다.


한국에서 열린 모네전에 못 간 것이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거기서 볼 수 없는 그림들은 다 여기에 있었으니까. 자신이 만든 인공 호수를 소재로 삼아 그린 그림들이 정말 많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련연작 뿐만 아니라 해돋이 등을 비롯한 여러 작품들. 원래 그 곳에 있던 작품들이 한국으로 왔을거다. 모네의 그림에 대한 영상물을 상영하기도 하고 그의 일생과 관련된 연대기를 벽에 써 놓기도 했다. 뭐, 당연히 읽진 못했지만 ㅋㅋㅋㅋㅋ

여기서 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보통 미술관의 방 안에는 감시관이 한명씩 있다. 이방 저방 차례대로 다니면서 그림을 보고 있었는데 배가 불뚝 나온 아저씨가 나보고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재패니즈? 챠이니즈? 이러다가 코리안이라고 대답하니까 대뜸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나도 기분좋게 마주 인사를 했다. 반갑기도 반가웠지만 그 아저씨의 장난스러움과 센스에 너무 기분이 좋았다. 곱슬 머리에 키가 작고 인상 좋았던 배불뚝이 아저씨가 빙그레 웃으면서 나에게 우리말로 인사를 건넸던 그 때. 정말 그 때 그 기분이란. ㅋㅋㅋㅋㅋㅋㅋ 와. 이젠 그 아저씨까지 보고 싶네?! 그 방을 나가는 순간 또 '안녕히가세요'라고 인사를 해줬다. 지금도 어느 한국인에게 그런 인사를 해 주고 있을런지.

앉아서 쉴 겸 영상물을 봤는데 너무 졸려운 나머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졸아버렸다. 방 안에는 나 밖에 없긴 했지만 지나가면서 사람들이 봤을거다. 좀 챙피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련하게 기억으로 남았다. 알아 듣지도 못하는 불어로 설명하는 영상물을 또 보겠다고 말이다.  





돌아가는 길에 마주친 것들.


모네 미술관을 나오면서 주택가를 지나다가 이런 풍경들은 마주했다. 시간이 두 배 정도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손수 회전목마를 밀어주는 할아버지와 그 목마들을 즐겁게 타면서 재미있다는 듯 까르르 웃는 아이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아이들의 엄마와 연인들. 그리고 나까지. 아이들을 예뻐라하는 천성이 있긴 하지만 그것을 논외로 치더라도 너무나 평화롭고 여유로운 풍경이었다. 잘 보면 아이들이 오른 손에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있는데 그걸 들고 빙빙 돌다가 한쪽에 있는 고리들을 끼워 모으는 거다. 여자아이 둘은 고리 끼우기를 성공할 때마다 신나서 소리를 지른다. 고리가 없는 막대기가 보이면 할아버지가 손수 끼워주기도 한다. 



사소하지만 따뜻한 기억들이 많았던 하루였다.


 

by 코코멜로 | 2007/09/16 22:46 | paris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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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화주 at 2007/09/18 03:01
우리나라 로댕갤러리에 있는 것은 까맣던데.. 도리어 까매서 작품에 집중이 안되더라고. 로댕은 너무 상업적이고 심하게 라이트한 걸 추구할 때가 많아서 내 취향은 아님ㄲㄲㄲ 근데 프라하는 대체 얼마나 안 친절하길래!! 내 주위에서 다녀온 모든 사람들이 화가 나고 별로라고 말하는 거지?;;;
Commented by ㅇ-ㅇ at 2007/09/18 07:02
모네짱!!!! 나도 다시 파리에 갈꺼야!!!!! 모네를 사랑해요
Commented by 코코멜로 at 2007/09/26 00:13
화주_응. 그러니까 우리나라에 있는게 청동으로 뜬거야. 석고틀은 저거고. 동유럽이 대개 그렇다고 하더라. 뭐 나도 프라하 밖에 안 가봤으니 사실인지는 모르겠고 ㅋㅋㅋㅋㅋ 근데 그런 사람들이 많았나보네?!

ㅇ-ㅇ_르누아르 짱!!!! 어딘가 르누아르 미술관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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